[SeoJin Artspace] Hot Punk Project_Preview
February.16.2017 ~ March.2.2017
우연히 보게된 출장마사지 카드
이 작업은 내가 늘 작업실을 오가면서 자동차들 창문에 무수히 꽂혀있던 출장마사지 카드를 한 장 뽑아보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연찮게 모텔촌 한가운데 자리잡게 된 작업실 덕분에 나는 싫든 좋든 길을 오가면서 매일 이 카드들을 봐야 했는데, 호기심에 직접 뽑아 들고 자세히 살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카드 속의 사진들과 홍보 카피들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마치 현재 한국 남성들의 성에 관한 모든 지형도가 그 카드 속에 담겨 있는 듯했다. 나는 그 카드 속에 담겨있는 이미지와 텍스트들을 분석해 보고 싶어졌다.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이미지와 텍스트
이 카드를 바라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여자들의 선정적인 몸짓과 풍만한 육체였고, 그런 여자들의
육체와 함께 자극적으로 쓰여진 카피와 최대한 눈에 잘 보이도록 강조한 핸드폰 번호였다. 그 카드 속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남성들의 욕망을
가장 잘 불러일으키도록 고안된 몇몇의 정형화된 여성들의 섹시한 포즈가 있었고,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가 난무했으며,
늘 언제나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여성이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듬으로서 선택권을 가지고자 하는 남성들의
권력의지적인 욕구를 실현시켜 주고 있었으며, 그 이면에는 이러한 남성들의 욕망을 이용해 인간의 성을 상품화시키는, 즉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매매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었다. 이 경제행위의 주체인 포주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여성의 성을 관리하고 보다
많이 판매하고자 소비자의 취향과 욕망을 파악해 이를 자극하는 문구와 이미지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특히 여고생이나 여대생, 소녀 등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에 주로 등장하면서 매춘과는 전혀 상관없는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었는데, 이런 여성들은 현실 속에서는 남성과의 섹스가
금기시되어 있고 마음대로 돈을 주고 성을 살 수 있는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금지된 것을 범한다는 가장 통속적이면서 자극적인 면모가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성임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성을 매매하는 여성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더 풋풋하고
수줍음이 많고 청순한 외모와 분위기의 여성을 모델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패러독스 형식의 작품
나는 이 카드 속 여자들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한국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를 컬러플하고 아름다운 추상 패턴 작품으로 선보임으로써 화려한 자본주의와 어두운 도시의 이면을 패러독스 형식으로 표현해보고 싶다. 이중적 경계에 놓여있는
여성의 성
이제 성매매는 지하에서 현대 사회의 거대 산업 중의 하나가 되었고, 우리의 일상 또한 은밀하게 포위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은 성에
있어서 이중의 경계에 놓여있다. 양지에서는 화려하게 스스로의 섹스어필로 돈을 벌고, 음지에서는 직접 하루하루 남자들에게 몸을 팔며 돈을
번다. 남성들은 이러한 여성들을 때로는 눈으로 즐기며, 때로는 몸으로 즐기며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성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이기에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경제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인간이 멸망하지 않는 한 이를 이용한 산업은 계속 확장될 수 밖에 없다.
엄청난 물량의 거대한 시각적 이미지로 변모한 스트라이프 패턴
작업의 재료로 이용하고 있는 이 성매매 카드들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절묘한 조합을 이용해 남성들의 섹슈얼한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결국에는 인간의 성마저 사고팔게 만드는 자본주의 형태의 끝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의 형식은 포주가 여자들을 홍보하기 위해 카드를 뿌리는 방식, 즉 포주의 마케팅 방식을 차용한다. 일종의 포스터 홍보 방식으로, 같은 카드를 여러 장 꽂아 반복적인 시각 이미지로 주목성을 높이는 것으로,
이는 한 개의 카드를 여러 장 반복해 각각 개별 라인을 만들고 색감과 포즈를 조합하여 거대한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변형된다. 이때 개별의 카드는 엄청난 물량의 거대한 시각적 이미지로변형되어 압도적으로 다가오게 된다.